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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태양 아래 | Under the Golden Sunlight>
박신영 개인전 | Shinyoung Park Solo Exhibition
2020.07.09-2020.08.08
(관람 시간 : 매주 목, 금, 토 am11-pm)
최근 나의 작업은 여러 지역을 여행하며 특정 장면들을 포착하고 그에 반응한 기록들이다. 낯선 문화와 환경은 평소 몸 담았던 사회의 관습과 가치관을 느슨하게 만들고,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경험하게 한다. 나는 그 지역의 특수성을 담고 있으면서도 삶의 보편성을 보여주는 장면, 그리고 그것이 어떤 상상을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는 장면들에 매료된다.
여행 이후, 나는 이미지로 옮길 장면들을 온전히 내면화하는 일에 오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 당시에 찍은 사진들을 보며 그것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낸다. 사진은 그 장소에서 발견했던 삶의 모습을 환기시키는 시각적 단서이기는 하지만, 장소의 분위기, 열기, 냄새 등 몸이 기억하는 감각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음도 상기시킨다. 심지어 그것은 기억 속에서 왜곡되고 어딘가는 부분적으로 지워져 있다. 이는 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감각과 기억 사이의 간극은 그리는 도중에 떠올린 기억의 단편 혹은 즉흥적인 조형요소들로 채워져 원래의 모습과는 다른 지점으로 손을 이끈다.
나에게 회화는 눈으로 본 대상을 손으로 다시 더듬어보는 행위이며, 감각과 기억 사이의 간극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다. 몸에 남아있는 당시의 감각이 쉬이 사라져버리기 전에 실제적으로 만져지는 물성으로 붙잡아둠으로써, 내가 본 것의 생동감을 시각화하고자 한다. 얇은 종이 위에 와인을 바르고, 잉크를 묻힌 펜촉으로 종이의 표면을 긁어내며 그린다. 이 과정은 마치 동판 위에 니들로 형상을 새기는 작업과 흡사하다. 판화의 오픈 바이트(open-bite)처럼, 잉크와 와인은 긁힌 선 위에서 서로 뒤섞이고, 터지고, 번져나가며 얼룩을 만든다. 나는 그것을 뭉개거나 더 날카롭게 만들면서 무수한 선들이 교차된 레이어를 쌓아 이미지를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화면의 질감을 통해 대상을 멀리서 관조하는 것이 아니라 손에 닿을 듯한 촉각적인 경험의 형태로 구현하고자 한다.
<황금빛 태양 아래>는 지난 3년간 여행한 여러 나라들 중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본 장면들을 다루고 있다. 나는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다른 지역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유의 태양빛과 색감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빛이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모습, 생활방식, 자연환경, 문화적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 빛이 이 지역의 문화를 관통하는 시각적인 지표라고 생각했고, 이를 작업 전반에 투영하고자 하였다. 또한 개인적으로도 가장 평화롭고 안락했던 시기와 맞물려 있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작업이다. 내가 느꼈던 스페인 남부의 황금빛 태양이 주는 강렬함과 풍요로움이 2020년 여름,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www.shinyoungpark.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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