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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그리다-기억의 걸음 | Recollecting Space-trace of memories>
이지연 개인전 | Lee Jiyeon Solo Exhibition
2020.09.10-2020.10.10
(관람 시간 : 매주 목, 금, 토 am11-pm)
기억의 걸음
[기억을 그리다_Recollecting Space]는 ‘상실’로 인한 부재, 잊혀짐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기억을 붙잡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작업을 위해 시작한 작업’이 아닌 오롯이 나에 관한, 나를 위한 기록이었다. 그렇게 출발한 ‘기억을 그리다’의 첫 걸음은 즉각적이었지만, 몇 걸음 가지 못해 굳은 채 헤맸다. (2003년에 시작한 Reminiscet 시리즈의 전반적인 이미지는 2006~2007년을 지나 2010년경에야 방향이 잡혔다.)
나의 ‘상실’은 사람(외할머니)과 장소(외가)에 대한 것으로, 나에게 시간이 더 이상 흐를 수 없는 공간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기억으로부터 불러온 이미지들은 각 시절의 나의 시선들이 담겨있고, ‘잊혀질 수 밖에 없는 것들‘을 최대한 붙잡으려 했을지 모를 나의 미련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서 돌아보니 어쩌면 어른이 되기를 기다려준 기억의 시선은 아니었을까 싶다.
[현대미술회관]을 만난 [기억의 걸음 trace of memories]은 기억 속 공간에 대한 발자국인 동시에 다시 나아가는 한걸음이다. 지난 겨울 만난 공간은 외가가 있던 수영구의 주택이라는 것만으로 설레임을 깨웠고 [기억을 그리다 Reminiscet] 시리즈를 다시 그리고자 결심하게 해주었다. 잊혀져가는 외가와 닮은 흔적이 보이는 곳에서의 전시를 준비하는 것은 작업의 새로운 걸음이 되었다. 그렇게 돌아보기 시작한 ‘Recollecting Space’에서는 예전보다 한 걸음 뒤에서 공간을 설계하고 조작하며 화면을 구성했다. 한 조각 한 조각 바삐 기억을 남기던 화면이 아니라 잊혀진(상태) 그대로, 뒤섞인(상태) 그대로, 선명한(상태) 그대로 자신을 이야기하는 선들이 화면을 가르고 드러나고 숨고, 묻힌다. 장소를 상징하던 (주조)색은 더 강하게 자리한 듯하지만, 주변에 함께 하는 새로운 색들이 나타났다.
[기억의 걸음]을 통해 이제는 나의 이야기의 뿌리이자, 깊은 에너지가 되는 기억들에 대해 조금은 담담함을 함께 하려고 한다. 기억과 상상, 호기심에 새로운 시선들이 편안하게 더해지기를 기다린다.
애정 가득한 호기심과 함께 늘 요동쳤던 작업에 대한 마음이 이번 전시까지 이끌어 준 것 같다. [회전하는 나침반]은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삶과 작업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나의 현재이자 목표이다. 설레임과 고민들이 심하게 요동치는 순간도, 거의 멈출 듯 진동을 줄여가는 순간도 모두 소중하고 긴장감이 멈추지 않는 작가이고 싶다. 가고자 하는 방향을 찾아 나침반을 들여다보는 탐험가(여행자)들처럼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바라보는 순간, 순간이 작업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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