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종류들 | Species of Spaces>
공간의 종류들 공간의 종류들은 부산 망미의 현대미술회관에서 지낸 세달간의 과정과 결과물이다. 6개월전 작은가방 하나만 챙겨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고, 그때 유일하게 챙긴 책은 조르주 페렉의 [공간의 종류들] 이었다. 그는 공간들에 시간이 흐르면서 쌓이게 되는 물건들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흘러가는 시간(나의 역사)은 잔재들을 남겨 쌓이게 한다. 사진들, 그림들, 오래전부터 말라붙어 있는 사인펜 몸통들, 셔츠들, 읽어버린 유리잔들과 잠시 맡아둔 유리잔들, 시가 포장들, 상자들, 고무지우개들, 우편엽서들, 팩들, 먼지, 그리고 하찮은 골동품들. 이것이 바로 내가 나의 자산이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나는 사람들이 주로 그 물건이 만들어 내는 감상이나 감각적인 것에 이끌려 물건을 수집 하기로 결정한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그 특정 물건이 개인의 사적인 영역 (여기서는 공적인 공간에서의 사적인 공간도 포함) 에 놓였을때 개인의 일상성에 미치는 영향을 빠른 시간에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한국은 나에게 익숙해야하지만 낯선 환경이다. 부산 또한 그러하다. 지난 6개월 동안 내가 수집한 물건들은 나뭇가지부터 돌, 천, 책, 잔들로 모두 물성은 다르지만 공통의 수집 목적은 낯선 곳에서 느끼는 불안감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고자하는 의지를 반영한다. 이렇게 모인 물건들은 나의 사적인 공간인 부산 숙소 또는 레지던시 책상에 놓여 낯선공간을 새롭지만 익숙하면서 유일한 공간을 만들어 냈다. 이 물건들에서 받은 영감을 드로잉으로 기록했는데 대부분의 드로잉들은 주로 ’아침의 공간’ 인 부산의 숙소에서 시작되었다. 아침 일찍 반잔의 커피를 만들고, 작은 창으로 산이 보이는 곳에 의자를 두고 앉아 기록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비록 어떤 것을 그릴것이라는 계획이 없이 앉더라도 뒤죽박죽으로 섞인 감상들과 사람들과 나눈 대화들의 잔상은 연필끝에서 섬세함으로 기록되어 선명해졌다. 이렇게 모인 낱장의 드로잉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규칙으로 머리속에 배열되었고 ‘오후의 공간’ 인 망미의 현대미술회관안의 책상에서 선을 만들었고 그 선들은 페이지를 채우며 새롭지만 익숙하면서 유일한 공간을 만들어 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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